- 나 데리러 온 거야? 대휘는 몸이 굳어버렸다. 아버지 신호철은 죽었는데...이젠 없는데...마치 아버지가 저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영훈이도 신호철을 그대로 닮은 저를 보고 놀랬을까. 반가웠을까. 아니면...지금 저 처럼 공포에 떨었을까. 겨우 가슴을 진정하고 뒤돌아 섰을때 그곳엔 검은 후드티를 입고 한 손에 굵은 소금을 든 영훈이 서 있었다. - 조...
언제 한번 안놀러오냐는 이대휘의 말에 우진은 미루고 미루다 이대휘의 분식집에 가기로 했다. 분식집이라니 학교 앞 꼬딱지만한 분식집을 생각했던 우진은 이대휘가 찍어주는 주소를 보고 좀 아연해졌다. 나름 강남 3구에 들어가는 동네였다. 남중남고 여중여고 무려 4개 학교를 끼고 건물 2층 이상부터는 중고보습학원 영어전문학원 수학전문학원 외고입시전문 특목고입시전문...
우진의 멘탈은 파스스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마흔 아홉 번째의 실패였다. 어렵게 졸업유예까지 해가면서 취업준비를 했지만 서류전형까지 통과하고 인적성검사에 1차 면접, 토론 면접까지 간 적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이번에 넣은 곳은 대기업도 아니었다. 코스닥에 상장한 견실한 중소 IT업체로 경영지원팀에 신입으로 O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눈높이 대...
“19년 전 동생한테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쳤어요. 오래 전 집 나간 엄마처럼. 지금도 악몽을 꿔요. 아버지한테 잡혀서 그 방으로 다시 끌려 가는...” 19년 전 그 방에서 나온 대휘가 진정된 듯 깊은 한숨과 함께 그렁그렁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우진은 울고 싶었다. 그 어둡고 좁은 방에 갇힌 아이들이 떠올랐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신이 놓쳐버린 ...
아침부터 꾸물거리던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영석과 민서의 봉안함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 이 교수 아들이 우리 과 학생인데, 가까운 친인척이 없어서 내가 같이 가줬어. 학부시절에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었고, 동료교수이기도 해서. 많이 힘들어 했어. 왜 안 그렇겠어. 아내바보, 아들바보인 이교수인데다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해서 우리 학교에 들...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을 때 우진은 자신의 품이 비어 있는 걸 깨달았다. 6시도 안된 시간...어제 늦은 시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고 다시 사랑을 나누고 잠이 들었는데 이대휘는 얼마나 자고 일어나 나간건지 가늠이 안됐다. 아침밥은 먹었는지...아침이라도 먹였어야 했다. 우진은 대휘를 생각하며 가슴 한쪽이 저려왔다. 전화를 했지만 받...
- 우진아. 이번엔 잠깐 들어와야 겠다. 아버지가...또 쓰러지셨어...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섰을 때 우진은 심호흡을 했다. 6월 중순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가슴 깊숙이 들어왔다. 생면부지의 뉴욕으로 떠나며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서울에 20년 만에 돌아왔다.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연락만 아니었다면 절대 돌아오지 않았을 2019년에....
편의점 테이블에 앉은 우진의 앞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임순경이 급하게 앉았다. - 주셨던 혈액샘플은 이동만꺼예요. 맞죠? 본동 살해사건 피해자. 샘플 넣자마자 바로 빨간 불 들어오던데. 그리고 머리카락과 상피세포는 동일 인물이구요. 파일을 확인한 우진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어쩌면 이미 예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우진이 송봉기네 집 근처에서 마주친 용의자...
37. 1997년 민서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너를 언덕 위 가로등 켜진 빨간 벽돌집으로 안내했던 그 날부터였을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우린 이런 오해가 없었을까...돼지국밥집 딸이라는 걸 알고도 너는 날 좋아했을까...조금은 무뚝뚝하지만 성실한 공무원 아버지와 정 많은 전업주부 엄마와 꼼꼼하고 소심한 저와...
- 너 요즘 연애하니? 헉!! 우진은 눈을 깜빡이다 딴청을 부렸다. - 늦는 게 하루 이틀인가... - 내가 널 몰라? 멍하게 앉아 실실 웃기나 하고... - 조만간 자리 깔고 앉겠네. 혹시 몸에서 이대휘 냄새가 나나...엄마가 시선을 돌린 사이 우진은 얼른 제 옷에 킁킁 냄새를 맡곤 모르는 척 민주를 만날 때마다 대휘가 챙겨오는 오버액션토끼 빵을 들어 보...
그대의 놀라운 힘이 나의 꿈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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