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997년 우진 - 형도...그 사람 좋아해요? 그렇다. 그게 좋아하는 게 아니면 무엇이 좋아하는 걸까. 우진은 자신이 아는 최고의 요정 오드리 헵번같은 민서한테 한눈에 반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단 세 번 만났을 뿐인데 우진은 민서의 이름을 생각만 해도 하얗고 작은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간지러워졌다....
- 그럼 그게 더 미안해서라도 나 더 사랑해줘야 하는 거 아니예요? 죽는 날까지 오래오래 아껴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대휘는 자신을 붙잡지 않는 민현에게 서운하다 못해 화가 나서 원망했다. “쌤은 비겁해요. 사랑은 우리가 하는 건데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예요?” 조금은 덜 못되게 말할 걸...그게 마지막 모습일 줄 알았으면...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14. 1997년 우진 등록금동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총학회장과 총학 임원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삭발투쟁까지 했지만 교직원들에 의해 해산되고 동결을 막지 못하는 건 물론 불법점유와 기물 파손죄로 학교로부터 고소당했다는 대자보에 총장을 비롯한 재단을 성토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우진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슬프게도 오늘 일어날 일을 우진은 어제 이대휘에게 들었다...
사귄다면서 대휘는 아직도 민현의 집을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안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범생이커플 민현과 대휘 답다는 생각과 함께 민현이 대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도 알 것 같았다. 남자 나이 스물일곱살이면 애인과 이런 거 저런 거 그런 거까지 다 해봤을 텐데 결국 대휘와는 그런 거까지는 안했다는 뜻일테니 한가닥 모럴이 남은 게 딱 민현 같았고 그런 민...
9. 2019년 대휘 생각해보니 서로 같이 듣는 강의도 없는데 점심 약속을 한 어제의 약속보다는 오후 강의를 같이 듣는 오늘의 약속이 더 합당했다. 중도에서 만나 동현과 점심을 먹고 1시 30분 강의를 같이 들으면 된다. 대휘는 딱딱 맞아떨어지는 시나리오에 좀 기분이 풀렸다. 그리고 무엇보다...자신과 길이 어긋난 것도 모르고 무슨 사고가 났나 싶어 심장이...
“그 선생이지? 장례식 때 도와준.” 놀라서 얼굴이 벌개진 아버지의 말에 대휘도 새엄마도 얼어붙고 말았다. 아직 새엄마한테 제대로 변명도 못 했는데 아버지까지 알게 됐다. 만난 지 반년도 안 된 새엄마보다 더 소원한 저를 낳아준 아버지였다. 심지어는 은숙의 계약관련해서가 아니라면 대휘와 이야기도 몇 번 나눌 일 없는 아버지였다. “그 선생이...대휘를......
열 일곱 살짜리 남자애처럼 매일 지구대 앞을 서성이며 뻔히 작정하고 와놓고도 우연을 가장하기 위해 별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늘어놓으며 지구대 앞을 서성였던 2년 전.... - 내가 뭐 할 말 있어서 온 건 아니고요...비가 와가...이런 날은 뭔가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서...또 그기 혼자 묵으면 맛이 없어가...좋아하는 사람이랑...내가 뭐라노...하하....
5. 1997년 우진 4시에 하는 짧은 현대무용 공연은 아름다웠다. 야외공연이라 진한 무대분장도 안하고 머리도 심플하게 업스타일로 올렸고 하얀 색 레오파트에 흰색 타이즈, 쉬폰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긴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그녀들은 하나같이 나비같았다. 무용에는 문외한인지라 동작 하나하나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몸이 표현하는 감정과 언어가 자신이 공부하는 ...
“휘야. 우리 오늘 바람 쐬러 갈까?” 쉼표머리와 만나기로 약속되있는 오늘, 나는 대휘가 쉼표머리를 만나는 게 싫었다. 내 사랑이 모자르다면 더 사랑해줄 수 있다. 요즘 우리 사이가 요원해진 건 결국 요즘 대휘가 바빴기 때문이고 동시에 쉼표머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쉬면서 단둘이 있으면 대휘도 쉼표머리한테 기울었던 마음이 다시 나에게 돌아설 것이다....
“신경 안 써요. 진짜. 그냥 소문이잖아요.” 어른인 자신이 위로해줘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나 보다. 대휘가 얼른 민현의 어깨를 안아주며 작은 손으로 다독여줬다. 아방한 후드집업이라 작은 손이 해실해실 닳은 소매 끝에서 미처 나오지 못했다. 그 위로에 민현의 답답한 마음은 풀리는 것 같은데 정작 위로해주느라 제 어깨에 고개를 묻은 대휘의 숨소리...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남의 이야기다. 대휘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한번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긴적이 없다. 언제나 말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눈을 맞춰 들어주었고 내가 쓴 원고를 읽으면서 먼저 울망울망 감동받기도 했고 작가로 참여한 프로가 방송되면 빠짐없이 보면서 내 손을 꼬옥 잡기도 했다. 대단해. 형은 못하는 게 하나도 없어. 항상 날 감동시켜......
그대의 놀라운 힘이 나의 꿈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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