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만드는데?” 아까부터 외할머니 집 주방에서 온갖 그릇이며 양념을 꺼내놓고 혼자 분주한 저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민현과 우진에게 걱정말라고 다 끝났다고 하하 웃는 대휘의 뒤로 국냄비가 용암처럼 끓어 넘쳐 불꽃이 일렁였다. 으악!! 쌔앰!! 놀라서 마루까지 단숨에 뛰어와 민현 뒤에 숨으며 동그래진 눈으로 바들바들 떠는 대휘와 대휘를 등 뒤에 숨긴 채 주...
술에 취한 나는 비틀거리며 걸었다. 내 나이 27살. 이번이 몇 번째 실패인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나름 알아주는 사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학점관리도 잘했고 토익점수도 890점, 봉사점수에 재학 중 인턴경험도 쌓았고 1년간의 해외연수에, 동아리 동기들끼리 증권사에서 주최하는 모의투자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어째서, 뭣 때문에 번번이 최종 면...
은숙이 다녀간 후 부모님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은숙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 초조해하며 대휘를 볼 때마다 묻곤 했다. 혹시 그날 실수 한 거 있니? 임대표가 전화를 안 받아...대휘는 풀이 죽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대휘에게 하는 말은 이 한 마디 뿐이었다. 혹시 그날 실수 한 거 있니? 어쩐지 은숙이 부모님과 계약을 하...
1. 2019년 대휘 - 대휘야. 일어났어? 밥은 먹었어? 휴대폰 벨소리에 겨우 눈을 뜬 대휘는 화면에 뜬 발신자가 엄마라는 걸 알고는 졸린 눈을 다시 부볐다. 웅웅... - 엄마, 아빠 없다고 늦게 잤구나? - 아닝데... - 네 옆에 있을 걸 그랬다. - 엄마가 아빠를 혼자 내버려 둔다고? 나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는 엄마가? - 또또 엄마 놀린다. - ...
“데려다 줄까?” 우진의 말에 대휘가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휘가 거절할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우진은 더 말이 없었다. 가방을 어깨에 맨 대휘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말고 할 말이 있다는 듯 걸음을 멈췄다. 혀엉...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후 그만큼 상실감이 컸던 대휘는 여전히 많이 먹지도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아 원래도 입이 짧은 아이라 우...
이른 새벽, 처음 우진의 집에 왔을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전에 동현이 가져다 준 책 몇 권만 백팩에 넣은 채 빈 몸으로 집을 나선 대휘는 새벽까지 우진을 달래주며 울지 못했던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우진은 울기만 할 뿐 대휘를 더 붙잡지 않았다. 차라리 붙잡기라도 했으면 고집부리며 형의 일은 대단하고 내 꿈은 아무것도 아니냐고 화라도 내고 ...
할머니가 집을 비운 건 고작 4-5일 뿐인데 아주 오랫동안 빈집인 것 같았다. 할머니와 살던 작은 집으로 돌아온 대휘는 내내 끌어안고 있던 할머니 영정을 할머니가 지내던 안방 경대에 올려놓았다. 영정 속 할머니는 대휘가 선물한 분홍색 스카프를 매고 계셨다. 진홍빛부터 꽃분홍, 연분홍까지 꽃무늬가 화사한 스카프를 선물받고 할머니는 좋아하셨다. “엄마는 날 낳...
결혼 발표와 함께 촉박한 혼례 날짜 때문에 결혼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왕실의 길흉일을 정해주는 관상청에서 뽑아준 날은 국왕과 혜경공주의 모후인 대비의 천추일 직후 가장 좋은 날이어서 시간이 없었다. 국왕의 윤허를 받은 후 대비의 거처인 창덕궁으로 알현하러 갔을 때 대비는 가장 큰 탄신선물이라고 흡족해 하며 대휘에게 특별히 혼례선물로 시계를 보내왔었...
그대의 놀라운 힘이 나의 꿈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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